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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매니아


디매는 일단 패션커뮤니티가 아니다. 겉은 커뮤니티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상은 그저 쇼핑몰 사용자게시판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운영자인 '머짱이'가


청바지를 수입해 팔아먹는 장사꾼인 이상 어쩔 수가 없다. 디매초기 다음카페에서


프리미엄청바지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양심적인 장사꾼인양 소비자를 속여가며


등쳐먹었던 일화는 왠만한 사람은 다 들어봤을 듯. 그게 문제가 되자 다음카페는


중고장터형식으로 돌리고 네이버로 옮긴건데 아무튼 운영자인 '머짱이'는 내가볼때


장사에 소질이 있는것같다. 패션정보공유형태의 커뮤니티인 디젤매니아를 만든것에서


난 그 이유를 찾아보는데, '공동환상'의 장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개개인마다 가치평가 기준이 다른 것에 대해 공동환상을 심어줌으로서 그것의 가치를


높이거나 서로 공유하는 현상을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가장 흔한게 바로


'화폐'다. 화폐는 그 환상(이 종이에 적혀있는 액수만큼의 어떤 가치와 교환할 수 있다)을


공유하는 사람들 끼리의 매개 수단일뿐 그 환상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 예를들어 오지의


원주민이거나 종교적인 신념으로 속세를 등지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종이쪼가리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디젤매니아'는 아주 그럴듯하다. 왜 패션커뮤니티인데 이름이 '디젤'


그것도 '매니아'일까. 혹 청바지를 주로 다룬다면 '데님매니아'가 더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데님매니아'는 안된다. 너무 범위가 광범위하다. 머짱이는 자신이 수입한


프리미엄청바지, 그중에서도 주류를 이루는 브랜드 '디젤'을 많이 파는게 목적이기 때문에


'디젤매니아'라는 이름은 아주 입맛에 딱 들어맞는다. 괜히 '시덥잖은' 리바이스니 버커루니


기타 등등의 '非프리미엄'이 끼어 들어올 여지를 애초에 좁혀놨다. 그에 반해 '디젤'을 구입한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사용후기/게시판 역할을 담당한다.


즉, 어떤 한가지 가치('디젤'이라는 브랜드)에 대해서 공유하는 무리가 생겨난것.


이것은 곧 한가지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환상집단을 의미한다. 여기서 운영자는 이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자부심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일반청바지도 아니고 값비싼


'프리미엄'청바지를 구입했는데, 더군다나 '디젤'이 아닌던가. 그 사람들에게는 그 돈을 지불한


보람이 있어야 한다. 이 문제는 매우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사람들 누구나 갖고 있는것. 바로


허영을 이용하면 금새 해결이 가능하다. 사람은 누구나 돋보여지길, 정확히 말하면 남들과


달라보이길 바란다. 그 문제를 이른바 '프리미엄 청바지'가 해결해 준단다. '이 워싱을 봐


이게 기계가 아니고 손으로 직접한거래 핸드메이드란거지', '이야 박음질 정말 꼼꼼하네',


'백포켓의 자수 정말 멋있지 않나요' '역시 이태리제는 틀려' 등등 별의별것을 프리미엄진만의


특징으로 여기며 그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은 자부심을 입는다. 그리고


프리미엄진을 입음으로서 마치 자신이 패션리더가 된것같은 기분도 얻고. 이런 공동환상은


집단내에서 서로 교류하면서 그 가치를 확대/재생산하며 그 가치를 점점 높여간다.


이런 한 예가 이른바 '착샷'을 올리는건데 한 사람이 착샷을 올리면 다른사람들이 그에대한


의견을 남긴다. 올라오는 착샷이래봐야 그저 '디젤'청바지에 티셔츠하나 걸친걸 코디랍시고


올리지만 그 밑의 리플들은 가관이다. 뚱뚱한놈이건 해골이건 무조건 칭찬받는다. 이걸 부추기는


원인중 하나가 디매특유의 가식적인 분위기(강퇴가 두려워 생긴 문화인듯)도 있지만 다른 하나가


신규회원이 글을 쓰려면 30개의 리플을 달아야 하는 장치 때문이다. 질문을 하려해도 30개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프리미엄진'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있는한 가히 마르지 않는 샘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이런 같잖은 입발림으로 서로서로 상대방을 애널써킹하면서 공동환상에 대한


가치는 점점 올라가고 별 그지같은 청바지를 단지 '디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와~이뻐요'


'잘 어울리십니다^^' '역시 디젤이네요^^'와 같은 같잖은 입발림을 해주는 경우까지 있다.


착샷과 함께 공동환상에 대한 가치를 높여주는 또 하나의 장치가 있는데 그게 바로 '수선'이다.


프리미엄청바지는 일반 청바지와는 달라서 수선집도 프리미엄이라야 한단다. 밑단하나를


수선해도 프리미엄수선이라야 한단다. 프리미엄이 괜히 프리미엄인가 수선가격역시 프리미엄이다.

일반수선집에서 몇천원에할꺼 프리미엄 수선집에서 몇만원들여 한다. 그리고 역시 프리미엄수선집


이라면서 감탄을해주고 수선한 청바지를 자부심을 갖고 입는다.


디젤매니아에서는 현대사가 프리미엄수선의 최고봉으로 통한다. 아예 거기 실장이란 사람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고 특별대우를 받을정도.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른수선집 실장님들은


안보인다. 그사람들은 인터넷을 못하는걸까. 풍문으로는 정모때 현대사에서 정모비중 얼마를


지원해준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아무튼 머짱이와 현대사의 밀월관계는 며느리도 모르는듯.


그들의 공동환상이 어찌나 대단한지 청바지 하나를 입는데도 '입문'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자탄은 연습문제, 티멘은 심화학습인가. 하긴 '리바이스'를 '졸업'했다고 하는걸 보면


이런생각도 무리는 아니다.


심심하면 게시판에 올라오는 '저 디젤 처음인데 어떤걸로 입문하면 좋을까요?'


참 이렇게도 쓸데 없는 질문이 있을까하는 문장이다. 어떤걸입긴. 자기가 마음에 드는거 입지.


그런데 더 웃긴건 그 질문에 모델명 워싱명까지 써가면서 친절히 답변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참 별놈들이 다있다.


어쨌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사람들의 마음이 자부심에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곧 자만심으로


변질되는게 그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최고 가치가 '자본'이듯 디젤매니아의


공동환상 풀에 동화된 사람들의 최고가치는 역시나 '디젤'이다. 이제 사람들은 디젤이 아니면


거들떠도 안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뭐 거기까지는 좋다. 자기가 안본다는데. 그러나 자부심을


넘어 자만심에 빠진 사람들의 특징중 하나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절대적이라는 믿음에 있다.


이들에게 디젤은 데님의 알파요 오메가이며 청바지의 교과서다. 모든 가치는 '디젤'을 기준으로


판단된다.


디매 게시판을 보면 가끔 이런 형태의 글들을 볼 수 있다.

질문자: 이 청바지 어떤가요? ooo사의 청바지인데 가격은 ooo원입니다.

리플1: 별로네요. 차라리 저라면 디젤의 ooo(모델명)을 살듯
리플2: 예쁘네요. 그래도 저가격이면 디젤의 ooo로 가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리플3: 저도 위의님과 같은 생각...


작성자: 오늘 새로 산 ooo사의 청바지 입니다. ooo원 줬어요.

리플1: 예쁘네요. 그래도 저 가격이면 디젤ooo사실수 있는데
리플2: 예쁘긴하지만 저라면 디젤ooo샀을듯

이 무슨 해괴한 문답인가? 이들에게 다른브랜드 청바지(특히나 '非프리미엄'으로 인식되어있는)


들은 그저 디젤의 아류일 뿐이다. 따라서 그거 살돈으로 차라리 디젤청바지


하나 더 사서 옷장에 넣어두는게 더 보람찬 일인 것이다. 이들에겐 애초에 청바지가 관심사가


아니라 '디젤'이라는 프리미엄이 더 큰 관심사이다. 이런 특징은 다음디매 장터에서도


잘나타나는데 디젤이외의 데님(특히나 非프리미엄진)은 아무리 새거라도 거의 똥값수준으로 거래된다.


물론 판매자는 좀 비싸게 부르지만 그게 팔릴리가 없다. 반면 디젤은 가격하락폭이 매우 낮은


편이다. 이들에게 디젤청바지는 디젤이라는 국가에서 발행한 청바지계의 '기축통화'인 셈.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문제가 생겼다. 사람들이 '디젤'을 너무 많이 알고 입기 시작해버린것.


즉, 종전에는 디젤청바지만 입어도 남들과 달랐지만 이제는 디젤매니아규모가 너무 커져버려


디젤청바지만으로는 남들과 달라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공허해진 허영심을


채울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디젤은 더이상 튀지 않는다. 그렇다고 리바이스를 입을 수도 없는


노릇. 코디를 잘해서 달라보이고는 싶지만 청바지에 티셔츠하나 걸치는거 밖에는 모르고.


할줄 아는것은 돈질. 어찌하겠는가. 그래서 등장했다. 디자이너진. 이른바 럭셔리진으로


불리면서 엄청난 가격으로 팔리는 청바지를 구입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것을 입음으로서


자신이 패션계의 귀족쯤 된것으로(흔히들 업그레이드라고 부름, 컴퓨터 부품도 아니고


뭘 업그레이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하고 또다시 자부심을 느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디자이너진을 동경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자신이 갖고 있는


디젤청바지를 처분하며 디자이너진에 '입문'(업그레이드)하는 무리들이 생겨난다. 그렇다고


디젤의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곳은 '디젤매니아'이고 그럼으로서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은 '디젤'이기 때문이다. 청바지매니아라면 누구나 꿈꿔보는 자신만의


커스텀청바지? 그딴거 모른다. 아니 오히려 수선하면 바지 망가진다고 말린다. 그냥 비싸고


프리미엄이라면 장땡이다. 디젤매니아는 '프리미엄'이라는 도시안에 있는 허영의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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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드 그러니깐 생지 아무런 가공을 하지않은 데님들이 유행하는듯하다 자기만의 워싱을 만들어 입는다는

매력도 있지만 슬림하게 디자인이 바뀌면서 그런것일까.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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